인체는 수백 개의 뼈, 600개가 넘는 근육, 셀 수 없는 인대와 건으로 이루어진 놀라울 만큼 정교한 3차원 구조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해부학 학습은 여전히 평면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과서 한 장에 담긴 정지 이미지로 입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마치 사진 한 장으로 건축물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아나토베이스는 이 근본적인 간극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해부학 학습은 여전히 2차원에 머물러 있을까?"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물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결국 지금의 아나토베이스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해부학, 왜 어렵게 느껴질까
해부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것입니다. 교과서의 삼각근 그림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실제로 팔을 들어 올렸을 때 그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대흉근과 소흉근의 위치 관계를 설명하는 그림은 있지만, 실제로 대흉근을 걷어냈을 때 그 아래에 소흉근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이것이 전통적인 해부학 학습이 가진 구조적 한계입니다.
정적인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시점, 하나의 순간만을 담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육은 기시점에서 정지점까지 복잡한 경로를 따라 주행하며, 여러 층위로 겹쳐져 있습니다. 표면의 승모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의 능형근을, 능형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층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층위 관계는 2차원 도해 하나로는 결코 충분히 전달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기존 해부학 교재의 대부분은 의학 전공자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미술, 체육, 물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부학을 필요로 하는 학습자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는 시각적 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미술 해부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근육의 신경 지배가 아니라, 표면에서 관찰되는 형태와 그것이 피부 위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시각적 이해입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를 충족시키는 학습 도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학습
- 교과서 속 정지된 2D 일러스트
- 한 장에 모든 근육을 표시해 복잡함
- 층위(레이어)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움
- 다양한 각도에서의 관찰 불가능
- 학습자의 속도에 맞춘 탐색 불가
아나토베이스
- 프레임 단위로 조작 가능한 인터랙티브 영상
- 피부-근육-뼈를 한 층씩 분리해서 관찰
- 근육 간 층위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
- 다각도 촬영 기반 실제 인체 비율 반영
- 자기 속도에 맞춰 앞뒤로 자유롭게 탐색
시작점: 미술 해부학 수업에서
아나토베이스의 시작은 거창한 사업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대학의 미술 해부학 강의실이었습니다. 인체를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배우는 학생들 앞에 놓인 것은 여전히 수십 년 전에 제작된 도판들이었습니다. 교수는 칠판에 근육의 기시점과 정지점을 표시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 근육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교과서 그림을 가리키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대흉근을 벗겨내면 그 아래가 어떻게 보이나요?" 교수는 말로 설명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여전히 물음표 그대로였습니다. 그 순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만약 피부를 한 겹 벗기고, 그 아래 근육을 보고, 다시 그 근육을 한 겹 벗기고... 이 과정을 눈앞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레이어를 하나씩 벗겨내며 인체의 내부를 탐험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해부학은 더 이상 암기 과목이 아니라 관찰과 이해의 과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수업 보조 자료를 만들어 보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제 인체를 촬영하고, 그 위에 해부학적 구조를 직접 그려 넣고, 프레임 단위로 레이어를 분리하는 작업. 첫 번째 시도는 허술했지만, 그 시제품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처음으로 근육이 어디에 있는지 진짜 이해됐어요." 그 한마디가 우리에게 확신을 주었습니다.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교과서의 그림을 100번 봐도 이해가 되지 않던 구조가, 레이어를 한 겹씩 벗겨 보는 순간 단번에 이해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의 이해력이 아니라 도구의 한계였다는 것을. 더 나은 도구를 만들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 아나토베이스 창립자문제를 정의하다
아이디어가 확신으로 바뀐 뒤, 우리는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해부학은 미술 전공자만의 과목이 아닙니다. 의학, 간호학, 물리치료학, 체육학, 치의학, 한의학, 애니메이션, 게임 아트 등 놀라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해부학을 필수로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분야의 학습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로 "3차원 구조를 2차원으로 학습해야 하는 근본적인 괴리"입니다.
우리는 한국 내 해부학 교육의 현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과대학, 미술대학, 체육대학, 보건대학 등 해부학을 교과목으로 포함하는 대학 프로그램은 200개 이상에 달했습니다. 매년 수십만 명의 학생이 해부학을 공부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교과서와 아틀라스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3D 디지털 모델은 존재했지만, 비용이 높고, 실제 인체의 질감과 비율에서 동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실제 인체를 기반으로 한, 직관적이고 접근 가능한 인터랙티브 해부학 학습 도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수요는 거대한데 그에 맞는 도구가 부재하다. 해부학 교육에는 시각적이고 인터랙티브한 자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원은 의학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며, 전공 분야에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정의한 문제였고, 동시에 아나토베이스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500,000+
연간 해부학 수강 학생 수
200+
관련 대학 프로그램
8+
해부학 필수 전공 분야
0
인체 기반 인터랙티브 도구
해결책을 찾아서
문제를 정의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진짜 도전은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한 것은 단순한 교육 앱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인체를 기반으로,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시각화하고, 사용자가 직접 레이어를 조작하며 탐색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학습 도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적 역량과 해부학적 전문성이 동시에 필요했습니다.
첫 프로토타입은 기대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실제 인체를 촬영하고, 그 위에 근육을 그려 넣고, 레이어별로 분리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하나의 영상에 들어가는 프레임은 30개에서 60개. 그 모든 프레임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동시에 시각적으로 일관성 있게 그려내는 것은 상상 이상의 노력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완성본이 나왔을 때, 그것이 가진 잠재력은 분명했습니다.
그때부터 팀이 하나씩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 해부학을 전공한 아티스트들이 합류했고, 해부학 전공 의학 자문위원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하나하나에 대해 연구, 촬영, 드로잉, 레이어 분리, 의학 검수라는 엄격한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은 느렸지만, 우리는 속도보다 정확성과 품질을 선택했습니다. 타협 없는 품질이야말로 아나토베이스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봄 — 첫 번째 질문
미술 해부학 수업에서 레이어별 시각화 아이디어가 처음 떠오르다. 종이 위에 첫 번째 콘셉트 스케치를 그리다.
2023년 여름 — 첫 프로토타입
실제 인체 사진을 기반으로 첫 번째 레이어 분리 영상을 제작하다. 10명의 학생에게 테스트한 결과, 전원이 "기존 교재보다 이해가 쉽다"고 응답하다.
2023년 가을 — 팀 형성
미술 해부학 전공 아티스트 3명이 합류하다.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의 기본 구조가 만들어지다.
2024년 초 — 의학 자문 합류
해부학 전공 교수가 의학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다. 모든 콘텐츠에 대한 의학 검수 프로세스가 확립되다.
2024년 — 정식 런칭
260개 이상의 인터랙티브 영상을 담은 아나토베이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미술, 의학, 체육 분야의 학습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다.
우리의 핵심 믿음
해부학은 암기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올바른 도구가 있다면 누구나 인체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여주는 것"의 힘을 믿습니다. 한 장의 정지 이미지가 천 마디 말보다 낫다면, 레이어를 직접 조작하며 탐색하는 경험은 천 장의 이미지보다 나을 것입니다.
지금, 그리고 계속
지금 아나토베이스에는 260개가 넘는 인터랙티브 해부학 영상이 있습니다. 상지, 하지, 체간, 두경부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주요 구조를 레이어별로 탐색할 수 있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숫자는 도착점이 아니라 경유지입니다. 아직 담아야 할 구조가 있고, 더 깊이 들어가야 할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더 많은 부위를 커버하고, 더 세밀한 구조까지 시각화하고, 더 다양한 학습 방식을 지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매일 아침 작업실에 모이는 이유입니다. 인체를 촬영하고, 구조를 연구하고, 프레임 하나하나를 손으로 그리고, 의학적 검증을 거치는 이 느리지만 정직한 과정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아나토베이스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부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은 아직 완전히 답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수록, 더 많은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지만,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의미 있습니다. 교과서 밖에서 시작된 질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이해를 선물할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 그려 나갈 것입니다.